해외로~

백두산 천지능선 종주기

고락산 2006. 5. 21. 21:09

2001년 9월 1일~2일

LG 한맥산악회 백두산 종주에 같이 참여했던 선배님이 종주기를 작성하여 보내온 내용 입니다.

 

일 자 : 2001년 9월  1일  ~ 9월 2일       
인 원 : 한맥산악회 28명 (여 5명 포함)       
코 스 :     
백운산장 →5호 경계비 →청석봉 →백운봉 →차일봉 →작은폭포 →장백폭포 주차장 →온천별장

       
백두의 글은 쓰려고 하나, 써야 할 것은 많고 어떻게 시작하여 마무리 할까 처음부터 망설여진다.

그래서 그냥 시간대의 흐름에 따라 연길공항 도착부터, 산행후 온천별장 투숙까지 바쁘고 감명깊었던 일정을 본대로 느낀대로 적어보려 한다.  

      
백두산이란 명칭은, 고려 성종10년(981년)부터 불려 왔으며, 우라나라와 중국의 국경지대에 자리잡은 휴화산으로 총면적은 8000㎢(전라북도면적) 이고, 높이는 2744m(장군봉:중국측 장백산 2749m로 표기) 이다. 또한  2500m 이상의 16개 봉우리를 가지고 있고, 천지는 해발 2189m에 위치하여 세계 화산호 중 최고 높은 자리에 있다. 동서길이 3.5㎞, 남북길이 4.5㎞의 여의도 크기의 넓이로, 평균수심 200m, 저수량은 19.55억㎥로서62%가 지하수이다.           
그리고 연평균기온은  - 7.3도(최저-44도) 이다.       
       
일 정        
9월 1일        
18:20  어둠이 깔리는 연길(蓮吉:Yengi)공항에 착륙하였다.       
      음력 7월 14일의 보름달이 우리를 맞아준다. 공항주변이 캄캄하여 말로만 듣던 연변의 모습 

      을 새길수 없었다.       
       
19:00 가이드가 일정을 설명하고, 우리를 실은 전용버스(Asia중고차)는 달밝은 이국땅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은 도로가 포장되어 좋은 조건의 운행이란다.   그러나 도로는 좁고

       급커브에 급경사가 이어져, 가이드의 표현대로 앞좌석에는 앉지 말라는 충고가 실감난다.

       처음엔 호기심에 차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나, 그것은 잠시이고 금새 내려 앉는 눈꺼플

       을 감당키 어려웠다.       
       
22:00  그렇게 3시간 남짖 달려 버스가 정차한곳은 송강이라는 조그만 촌락이었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양판그릇에 한꺼번에 내오는 때늦은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

       다. 일행모두가 새벽의 산행을 걱정해서인지, 그 좋아하는 소주를 꺼리는 눈치들이다.        
       자꾸만 서두르는 가이드의 성화에 30분만에 식사를 끝내고        
       
22:30  송강을 출발했다.       또다시 차엔진의 소음에 감각이 무디어질때쯤,       
       
23:00  두개의 강줄기가 만나 하얀 거품이 일어난다는 이도백화에 도착하여,        
       산악가이드와 우리가 먹을 아침, 점심도시락을 담은 비닐백을 실었다. 

      
       서서히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고, 가끔씩 산불감시초소와 차량통행금지 차단기가 내려져 있

      었고,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어 갔다. 한대가 겨우 지나 다닐수있는 좁은 도로 옆은,       
       울창한 산림이 벽을 이루고 있어 밀림속에 갇혀버린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도로 흔들리고 뛰는 버스가 어릴적 시골 통학버스와 같아 씁쓰레한       
       웃음을 지어본다.  화물차 짐위에 침낭에 묻혀 타고가는 잣 수확하는 사람들, 

       중공군 방한복 차림의 초소근무자 복장등의 모습도 보면서,

       졸다가 깨고 다시 졸면서 달리다 결국엔 버스가 고장나고….       
       
9월 2일        
01:30  그렇게 7시간을 달려 백운산장엘 도착했다.       
       원래는 장백산 서파보호국 관리소였으나, 건물을 개조하여 산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3층의

       아담한 건물이다.        서백두에서는 이곳 말고는 숙박시설이 전혀 없단다.       
       여기 화장실은 칸막이와 문이 반쪽 밖에 없어 일보는사람(?)의 모습이 훤히 다보인다.       
       이도백화에서 이곳까진 거의 고도의 변화가 없는 듯 했다.       
       적막이 감도는 백운산장의 깊은밤 휘엉청 밝게 떠있는 둥근달을 쳐다보며,       
       지리산 벽소령의 명월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산장에 도착후, 배낭과 복장을 산행 차림으로 챙기고 도시락과 식수를 담고 나니,       
       그 먼길의 여독은 이미 사라져 기억조차 없고 새로운 의욕과 힘이 솟구친다.       
       
02:40  차가운 달빛이 각도를 낮추기 시작할즈음, TOYOTA 짚차에 분승하여 산장을 출발하였다.

        한참 포장작업중인 비포장도로의 평지를 달려,

        산문(중국은 문을 중시하여 산 입구에 문을 세움) 을 지나면서 고도는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산행은 북백두, 서백두, 남백두 세곳이 있는데,

       남백두는 아직 산행루트가 개척되지 않은 미개척지이고, 북백두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

       로 차량으로 올라가 도보로 5분이면 천지에 오르는 관광 코스에 불과해,

       기념사진만 찍고 30분이면 차량에 복귀해야 한다.       
       우리가 오르려는 서백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MBC, KBS, 동아일보 등에 그 모습이

       보도되어 중국측에서 개발하여 입산을 허용했다 한다.       
       서백두 천지에서 북백두 천지로 이어지는 11시간 능선 종주코스는, 우리의 예정코스이고

       남백두코스는 북한과 경계지역으로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울창한 산림속에 끝이 어딘지 알수 없는 임도를 따라 한없이 달리다, 굴삭기가 작업중인

       도로공사장에 도착하여 대강 골라놓은 거칠은 바윗길을 성능좋은 짚차는 신기하게

       통과하였고, 천지로 향하는 설램을 갖고 달리는 차창넘어, 어렴푸시 전개되는 서백두의

       모습은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수목 한그루 자랄수 없는 고도 2000m의 수목 생장한계선을

       넘어섰음을 알 수있었다.       
       
04:00 엉성한 천막에 사람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거칠은 캠프의 주차장에, 짚차의 거친 숨소리가

        멎으면서 백두에 첫발을 놓았다.    풀조차 살기 어려운 2200m고도의 높이다.       
       잘 다듬어진 대리석 계단은 5호 경계비까지 놓여져 있어, 원시를 기대했던 순수한 마음에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는 돈만주면 가마의자로 경계비까지 모셔다 드린다 한다.       
       호흡은 거칠어지기만 하고 마음은 저 높은 청석봉에 가있건만, 발길이 더디기 한이 없었다.

              
04:30 마지막 계단을 박차고 오른,  첫 대면의 천지를 보는 감정은, 감동과 감격과 환희와 감사와

        한도 미련도 없었다.    여명의 천지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와 주었다!!...       
       시퍼런 천지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그 커다란 입을 벌려 모든 것을 삼키고도 남을 만큼

       웅장한 모습으로,  그리고 용맹한 16장수의 호위를 받은 그 위엄은 이곳이 우리민족의

       성산이고 개국신화가 서려 있음이 분명했다.       
       청석봉과 와호봉사이의 고갯마루에 조 중경계로 5호 경계비의 비석이 있으며, 바닥에 굵은

       철사로 길게 국경이 그어져 있었고, 우리는 중국과 북한땅을 한걸음에 오가며 기념촬영도

       하였다.       
       건너편 북한땅 장군봉(2744m) 정상에 안테나와 초소가 보이고, 옆으로 천지 수면으로 내려

       갈 수 있는 케이블카의 기둥들이 열을 지어 서있고, 천지엔 선착장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05:00  서광이 비치면서 백두산의 일출이 시작되었다.    그 찬란한 한가닥의 강한빛이 커지며

       온천하를 덮을때의 감격은 표현키 어려울뿐이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건만 천지의 일출에 저절로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게 하였다.       
       ‘와이드 촬영’ 이라는 일일 유행어를 만든 현지사진사의 분주함과, 서로의 얼굴에 비친

       환희의 흥분을 진정시키고,        
        
05:20  백두산천지 능선 종주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청석봉의 가파른 산사면 측면 거친바윗길을 길게 일열로 늘어서, 오르막길을 모두가 올라

       지친 발걸음과 거친 숨을 몰아쉬며,        
              
06:20   청석봉옆 고갯마루에 도착하였다.       
       청석봉은 일명 옥주봉이라고도 하며 2664m의 높이이다.  

       꼭대기에는 오형제처럼 다섯봉우리가 뭉쳐 서 있는데, 마치 하늘이 무너지면 버티고 있을것

       같아 백두의 옥기둥이란 영예를 지니고 있고,
       이 다섯봉우리가 푸른암석으로 되어 있어 청석봉이라한다.       
       고갯마루의 공터에서, 아침 도시락의 맛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먹고,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 했다.       
       걸을 때는 더웠으나 차가운 새벽  공기가 오래 머무를수 없게 하였다.       
              
06:50 고갯마루를 출발하여 계속되는 바위 능선과 암벽측면을 돌고돌아, 앞으로 앞으로 천지를

       옆에 끼고 맘껏 맑은 날에 감사하며 백운봉을 향해 걸었다.       
       바윗길은 밟기만 하여도 무너져 내리고, 갖가지 형태의 크레바스가 숨어 있어 함부로 아무

       곳이나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08:00  청석봉과 백운봉사이의 대협곡을 만났다.  

       용암이 흘러 생겨진 대협곡의 평균깊이와 폭이100m, 길이가 20㎞가 넘는 대협곡이며,

       수직 절벽의 낭떠러지가 무서워 가까이 접근조차 겁이났다.       
       이곳이 한국의 그랜드캐년이 아닐까 싶다.       
       녹아내리지 않고 잔뼈만이라도 남겨둔 바위들은 갖가지 형상으로 만물상을 연출하고,

       백운봉 산사면 바위틈에서 새어나와, 흐르기 시작하는 하얀 물줄기가 밑으로 밑으로 점점더

       커져만 간다.       
       능선끝에서 밑으로 한없이 펼쳐진 초원은, 아무도 밟지 않아서 흔적도 없는 밟기가 아까워

       망설여지는 비로드 융단길이고, 이름모를  야생화와 넝쿨식물들이 엉키고 설켜,

       각자의 생존을 위한 텃세 싸움이 한창이다.       
       
09:00 푹신한 들쭉화원길을 약 500m를 내려와, 천지에서 흘러내린 작은 폭포수가 흐른는 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얼굴도 씻으며,

        일행이 모여지기를 기다렸다.  

        조선족 초등학생의 낭랑하고 또렷한 노래소리가 협곡에 울려 퍼지고,        
        우리도 박수를 치며 그간의 피로를 삭일 수 있었다.       
       
09:30  가파르게 이어진 백운봉 오름길로 다시 출발하였다.       
       다시 700m를 올라야 했고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들고 긴 오르막이었다.           
       오르는 도중 사슴인 것 같은 동물뼈도 발견하며,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며,       
       
11:30  백운봉과 녹명봉사이 고갯마루에 도착하여, 고추장, 김, 깻잎 등 우리에게 가장푸짐한

       성찬의 점심을 소주와 곁들였다.       
       
       백운봉은 천지서쪽에 위치하며 2691m의 중국 동북지방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백운봉은 둥근모양을 이룬 높은 봉인데, 산세가 험준하고 가파르다.  

       해맑은 날씨에도 백운봉만은 흰구름이 감돌기 때문에 백운봉이라한다.       
        
       점심식사를 끝낸 우리 일행은 판쵸를 덮고 오침을 하려 하나,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한바람과 차가움으로 주위가 어수선 할 뿐이다.       
       
12:00  고갯마루를 출발햐여 또다시 바위 능선길을 앞으로만 향해 걸었다.  

       천지쪽 모서리길은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아,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자꾸만 발길이

       난간에서 멀어진다.       
       
12:30  백운봉과 이웃한 녹명봉(2603m)을 지났다.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산정에 네개의 봉우리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봉우리들의 안쪽은 가파르게 생겨 천지 서북쪽의 장벽으로 되어 있다.   

       여름엔 서쪽사면의 산기슭에 사슴들이 뛰놀며 울때면, 산골짜기에 울리는 메아리가

       듣기 좋아 녹명봉이라한다.        
       점점 능선길은 순해지고 고지의 넓은 평원이 펼쳐지면서,        
       
13:00  용문봉에 도착했다.    일명 차일봉이라고도 한다.       
       용문봉은 2595m 높이로 천왕봉과 대치되어 천지의 출구를 지키는 듯한 봉우리로서,

       이 봉우리의 곁에는 용암이 분출되면서 형성된 협곡과 용암측면이 드러나 있고,

       장백폭포와 이웃해 있다.       
       용문봉 평원이 끝나고 천지와의 하루 동행이 끝나갈 즈음,  

       밑으로부터 밀려드는 안개가 공연이 끝난 무대의 스크린이 내려오듯,

       서서히 천지를 가리기 시작한다.그리고 다시 고원 평원이 펼쳐지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하산을 시작하였다. 평원이 끝나고 경사가 급해지면서,        
       
14:00 작은폭포 옆으로 가파르고 좁은 돌길을 걸어내려와서 바라본, 작은 언덕에서의 장백폭포가

       천지의 숨구멍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소천지까지 산행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일행들이 지쳐있어       
       중간에서 가파른 숲길로 두발두손으로 곡예에 가까운 걸음으로 내려선 곳은,        
       
15:00  장백폭포 물줄기가 흐르는 이도백화의 한쪽 줄기인 하천에 도착하였다.        
       더위와 땀에 찌든 몸을 식히고, 시원한 계곡에 발담그고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며,        
       감자로 빚은 막걸리와 푸짐한 감자전으로 허기를 채우고, 우리의 산하끝자락에        
       내가 있음이 더없이 행복하였으나, 공연히 밀려드는 내것이면서 내것이 아님의 허전함은

       나만의 감정이 아니였으리라.       
       
       일행이 단체로 군대 목욕탕보다 허술한, 한국의 팔도 사람이 다모인 온천탕에서

       몸을 담그며, 길고 감명깊었던 12시간 동안의 백두산천지능선 종주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눈 감으면 신비의 천지와 거기에 둘러선 웅장한 봉우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취침시간도 없이 30여시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리며...        
              
       동행한 모든 사우와 가족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수 있도록 바라고,        
       관심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감동의 시간들을

       정리해보았다.   


                                              기록자     LDPE     생산팀   최 성 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