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 돌아보기

[스크랩] 무더운 여름 시원한 흥국사 계곡길

고락산 2011. 8. 2. 21:30

 

 

 

여수에도 계곡이 있을까?

여수에는 자연해수욕장이 13개나 있다. 무더운 여름이면 "풍덩"하고 해수욕장에 빠지면 거뜬하게 여름을 넘긴다. 각기 다른 3개의 해수욕장이 붙어있는 신덕, 모사금, 만성리를 비롯하여 방죽포, 장등이 있다. 이름 없는 조금마한 것까지 합치면 셀 수가 없다. 그렇지만 늘 가까이 했던 해수욕장이 싫증이 나면 계곡을 찾아서 가까이는 광양 옥룡계곡, 조금 더 피아골까지 간다. 그런 지리산 자락 계곡만은 못하지만 여수반도에도 엄연한 계곡이 있다.

 

얼른 떠오르는 것이 율촌 수암산 계곡, 오천동 봉화산계곡, 화양봉화산 산전계곡, 신덕 소치 부암산계곡, 돌산 봉황산 백포계곡, 소라면 황새봉 의곡계곡, 봉계동 호랑산계곡, 영취산 흥국사계곡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여수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던 계곡이 흥국사 계곡이다. 누구나 한번쯤 갔던 그 계곡이어서 혹시 시시해 할 수도 있다.

 

흥국사 계곡은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자내리쪽 구시골 계곡과 진례산쪽 원통천계곡, 정수암골 홍교 계곡이다. 홍교 아래는 물이 상당히 고이는 곳이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노는 유원지가 되어 있다. 흥국사 바깥 일주문 근처 닭백숙집이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물놀이를 하다가 배가 고프면 닭백숙을 먹는 피서를 많이 해왔다.  홍교 계곡은 하류이고 바로 근처에 세 계곡물이 모이는 중흥저수지가 있다. 저수지에서 보트를 타고서 노를 젓는 그런 추억을 갖고 있다.

 

 

자내리와 사근치

무더운 여름에 흥국사 계곡을 따라서 걸으면서 계곡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절로 시원해진다. 풀꽃사랑이 떠나는 흥국사 계곡길은 먼저 자내리에서 출발해서 흥국사를 거쳐 봉우재쪽으로 올라서 상암동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둔덕동 여도초등학교에서 남해화학 사택을 거쳐서 자내리 입구 석정 마을에서 시내버스를 내려 자내리로 걸어간다. 자내리는 석정마을과 양지마을, 대동마을, 사근치마을로 이뤄졌다. 자내리는 지네같이 생겨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옛날 고개나 성을 '자' 또는 '재'라고 불렀으므로 재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처음 시작하는 마을 석정(石停)은 돌쨍이라고 하며, 돌에서 물이 솟는 샘이 있었거나, 돌 위에 정자가 있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여름철은 다리 밑이 무엇보다 시원하다. 흐르는 물 위에 평상을 놓고 그늘막이까지 치면 동네 피서지로는 손색이 없다. 사근치 아래가 대동마을이고, 건너가 소동마을이다. 양지마을이라고도 부르는 소동마을에 들어서면 정자와 노거수가 반겨준다. 길섶에는 이질풀과 귀한 애기똥풀 노란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대동마을에서 자내리재, 사근치로 오르는 길은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어 그 사이를 지나가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다. 우리가 흔히 자내리재라고 하는 사근치(寺近峙)는 흥국사 가까이에 있는 재라는 뜻이다. 사근치는 호랑산에서 내려오는 길과 영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영취산 봉우재로 오르는 임도, 흥국사로 가는 길이 만나는 곳이다. 고개에는 정자나무가 있어서 들판에서  일하다 오는 농부와 등산객의 훌륭한 쉼터가 되고 있다. 

 

 

 

물소리도 고운 구시골 계곡

사근치를 지나면 인공 조림한 편백숲을 만난다. 나무 중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해서 장흥군에서는 누드촌을 만들어 인기가 좋은 그 편백림이다. 여수시도 빽빽한 편백나무를 간벌하고, 그 나무로 평상을 만들어 두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흥국사까지 길이 이어지지 않았는데도 임도를 따라 자가용이 많이 들어오는 까닭은 구시골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려고 한다. 

 

 

 

 

 

구시골은 호랑산 계곡이 만들어낸 골짜기로 논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계곡 사이에 보기 드물게 벼가 푸르게 자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계곡에 물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나무 사이로 가족들이 계곡 바위와 물속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그 "졸졸졸" 바위와 자갈을 보듬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면 물에 안 담그어도 절로 더위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래도 아쉬우면 흥국사에 도착하기 전 바위에 걸터 앉아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면 금새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 동동 띄운 수박 대신에 물외를 갈라서 한 입에 베어먹으니 어느 유명한 계곡도 부럽지 않다. 보기 드문 너도밤나무와 갈참나무 등 반가운 나무들이 딱딱한 콘크리트로 포장의 피곤함을 감추어 주고 있다. 

 

 

 

 

보물이 9개나 있는 흥국사

흥국사(興國寺)는 이름 그대로 임잰왜란 때 의승수군 사령부가 있었던 절이다. 사령부의 성문이었던 공복루가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현판만 '의승수군유물전시관'에 있다. 흥국사는 고려 때 보조국사가 지은 절로서 스님과 절이 나서서 나라를 지킨 고귀한 뜻이 담겨져 있는 호국 사찰이다.

 

 

 

 

 

그에 못지않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보물이 9개나 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대웅전은 보물로서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전통문화재이다. 정유재란 때 불타 버린 것을 다시 지었으니 무려 400년이 넘은 건물이다. 단청과 공포, 기둥을 보면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고색 창연함이 그대로 배어있다. 현대 미술로도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어려운 대단한 작품이다.

 

 

 

계특대사가 흥국사 대웅전을 송광사 설계도면 그대로 지었다고 한다. 6.25 때 불타버린 송광사 대웅전 옛 모습을 보려면 흥국사에 와서 보면 된다. 대웅전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이라고 한다. 반야용선은 반야, 즉 지혜를 깨달아 피안의 세계로 떠나는 배라는 뜻이다. 용이 호위하는 배라고 해서 입구 돌계단에서부터 기둥, 천장에 이르기까지 용 조각이 많다.

 

대웅전이 배라고 하면 바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석등을 거북 위에 올렸고, 기단에 게, 갑석에 거북이가 부조로 되어있다. 절 양 옆에서 계곡물이 앞으로 모여서 내려가고, 다리를 건너서 절로 들어오는 것이 더욱 그런 의미를 나타내 주는 것 같다. 

 

 

 

불 타기 전부터 있었던 대웅전 문고리를 잡으면 지옥에 가지 않고, 가축과 아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았는지 육중한 쇠고리가 가늘어지고 반질반질하다. 대웅전 문살도 특이하게 우물 정자 속에 빗살무늬로 꾸며져 시원스럽게 보이면서 전통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흥국사는 목조 건물로서 국내에서는 그 예술성이 높이 평가 받는 전통 불교 미술의 상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석유화학 산단의 대기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갈수록 찾는 이가 줄어들고 있다. 

 

 

 

 

원통천 계곡과 봉우재

유물 전시관에서 700 여 명이 함께 만든 높이 13m나 되는 보물 노사나불괘불탱화를 보면서 그 크기와 웅장함에 모두들 감탄한다. 새로 만든 용왕전에서 차가운 샘물이 펑펑 쏟아나오는 것을 보고서 원통천 계곡으로 나간다. 이 계곡에도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을 지붕처럼 가리는 키 큰 나무 숲 아래 깨끗한 돌더미와 바위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다. 때마침 낙엽 한 장이 종이배 마냥 둥둥 떠내려가다 고인 물에 머문 것을 보고서 바가지로 물과 함께 떠서 목을 축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봉우재까지 오르는 길이 물 흐르는 길이 되면서 흙은 다 쓸려 내려가고 바위만 남아서 걷기가 무척 불편하고 힘이 든다. 

 

 

 

 

진례산과 영취산이 만나는 고개가 봉우재이다. 영취산 진달래축제가 열리는 곳이지만 계곡 물소리가 끊긴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면 얼굴이 땀범벅이 된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고행의 계단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맛있는 간식을 나눠 먹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두 길을 이어주는 어깨, 고개는 걷는 이에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곳이다. 4월이면 이 봉우재에 활짝 핀 진달래를 보기 위해서 전국에서 구름처럼 모여든다. 

 

 

 

함께 한 여수막걸리 정경남 사장님께서 생막걸리 여수 막걸리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고흥 간척지 금년 산 쌀을 원료로 쓰고, 30일 동안 저온에서 발효를 시켜 살아있는 생막걸리가 된다고 하였다. 최근 여수 막걸리가 품질 인증을 받은 것과 돌산 방죽포 봉림마을에서 재배한 천년초를 3년동안 발효시킨 효소를 넣어서 만든 막걸리 '천년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박수를 받았다. 여수세계박람회 때 여수의 술로 공식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도 곁들어 주었다. 

 

 

상암동과 신진마을 통장어탕

봉우재에서 상암동으로 갈 때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를 걷지 않으려면 조금 가파른 골짜기 금산밑골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숲길은 최소한 이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무 사이로 오롯이 나 있는 길을 힘겹게 따라 내려간다. 미끄러지 않으려고 용을 쓰면서 안 쓰던 근육까지 써서 당분간 근육통이 걱정이 된다.

 

 

 

 

 

 

 

이제 여기부터는 상암동이다. 상암동(上岩洞)은 윗바구라는 뜻으로 진례마을인 북촌과 남촌, 조곡, 신진에다 읍동, 원상암, 당내, 작양, 작음 등으로 되어 있다. 봉우재에서 내려오는 진북마을은 경로당을 새롭게 지었고, 텔레비전이 있는 기와집 정자가 정자나무와 잘 어울린다. 상암초등학교 가는 길에 보면 예쁘게 꾸민 집들이 여러 채 보여 전원생활의 꿈이 엿보인다.

 

 

 

 

여수는 곳곳에서 일년 내내 장어 요리를 한다. 장어탕과 장어구이를 많이 먹지만, 최근 살아있는 장어를 통으로 집어넣어 무우 시래기와 함께 된장을 풀어서 푹 고와내는 통장어탕이 유명하다. 바닷가도 아닌 상암동에 통장어탕으로 유명한 집이 바로 신진식당이다. 신진은 마을 이름으로 새로 생긴 마을이라고 해서 그렇게 붙였다. 

 

 

 

신진식당 통장어탕은 1인분에 11,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싸면서 장어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고 개운해서 누구나 먹기가 좋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신선하면 맛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산 장어를 쓰고, 시래기와 싱싱한 채소를 함께 넣어 그런 것 같다. 통장어탕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모두 깔끔하고 정갈해서 가정주부들이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얼굴을 씻으면 더운 여름을 잠시 식힐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한 피서는 숲 속을 걸어다니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는 흥국사 계곡길 답사였다. 7.8km를 4시간에 걸쳐 쉬엄쉬엄 걸으면서 흘렸던 땀을 여수시민의 확실한 보양식 통장어탕으로 마무리하였다. 이제 이정도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여수갈매기 한창진
글쓴이 : 여수갈매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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