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 돌아보기

[스크랩] 18일 마래산으로 박람회장 구경갑시다.

고락산 2010. 12. 19. 06:47

 

 

"박람회 잘 될 것 같습니까?"

 

여수시민 60%가 넘게 박람회 성공적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기껏 500일 밖에 안남았는데 박람회 하는 것 같지를 않기 때문이다. 2010년 마지막 풀꽃 답사는 바로 511일 전 박람회장 구경으로 정하였다.

 

박람회장은 하루가 다르게 모양이 갖춰지고 있다. 조금만 더 일찍 서둘렀으면 지금 한창 건물이 올라가고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여수시민이면 누구나 갖고 있다. 혹시나 최근 열렸던 F1대회 꼴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공사를 한다고 수선을 피운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충민사와 석천사

12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 덕충동 여수중앙여고 정문 앞에서 모여 출발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시고 최초로 조선 정부가 사액 현판을 내린 사당인 충민사로 올라간다. 아산 현충사보다 무려 103년이 앞선 1601년에 세운 사당이다. 충민사에는 충무공 이순신을 중심으로 이억기, 안흥국을 함께 모셨다. 최근 성역화 사업으로 예쁘게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유물 전시관도 있어서 학생들이 체험학습으로 많이 찾는다. 언젠가는 아산 현충사보다 더 많이 알려질 날이 올 것으로 본다.

 

충민사 바로 옆에는 석천사가 있다. 석천사는 이순신 장군이 즐겨 물을 길어 먹었다는 돌에서 물이 나오는 석천이 있었던 곳에 옥형대사와 자운대사가 세운 절이다. 두 대사는 승병으로 참여하여 이순신 장군을 도왔던 분이고, 돌아가신 뒤에도 이곳에 석천사를 세워서 이 충무공의 혼을 모셨던 곳이다. 석천사와 충민사 들어가는 길목에는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세계로 달리는 말, 마래산

이제 본격적으로 마래산으로 들어선다. 마래산은 386m 높이로 옛날에는 철마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멀리서 보면 말이 달리는 모습이라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마래산 자락 아래 여수역이 있어서 철마는 달리는 것이 되고, 1936년 신항이 매립되면서 여객선이 세계로 달리게 되었다. 또, 산 아래에 세계박람회가 열린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마래산 정상에 오르면서 확 트인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치도록 시퍼런 태평양에서 밀어닥친 바닷물이 마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 같다. 여수 어느 산을 올라도 모두 바다가 보여 똑같은 기분이지만 마래산은 지금까지 어떤 묵은 때, 서운한 감정, 답답한 심정을 모두 토해내게 해준다. 발 아래에 세계로 나아가는 무역선, 화물선이 즐비하게 떠있다.

 

 

 

 

다도해를 보는 마래타워

마래산을 오르면 몇번이나 '세계박람회장이 아무데나 되는 곳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두고 누가 여수를 마다 할 수 있겠는가? 손에 잡힐듯 다가오는 남해섬, 여수앞바다에 보석처럼 눈 부시게 번쩍이는 옥 구슬 오동도, 호수처럼 빙 둘러있는 금오열도, 섬과 섬이 여수반도와 손 잡고 감싸안고 있는 가막만 호수를 보는 순간 숨이 깜빡 멎는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가막만 안에 영롱하게 빛나는 경도, 소경도, 야도, 금죽도, 가장도, 노량도, 풍락도, 조도, 암목도, 능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구슬처럼 엮어서 보인다. 이런 317개의 섬들이 여수의 희망이고, 보배이다. 앞으로 여수앞바다와 섬들이 여수를 살아가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 낮에 보아도 깜찍한 돌산대교, 밤이면 더욱 황홀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제2돌산대교인 거북선대교가 나란히 돌산도과 여수반도를 이어준다.

 

마래산에서 보는 여수앞바다 경치는 여수가 세계적인 미항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2012년 세계박람회가 열리면 800만 관람객에게 이곳 마래산을 보여주고 싶다. 왜 여수박람회 주제가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광양제철소가 이곳에 파리의 에펠탑 같은 망망대해타워를 세워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쓰레기장 같지 않은 매립장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래산을 내려갈 때는 뒷편으로 돌아서 내려간다. 원래 이 길은 박람회 유치를 바라는 마음에서 실사단이 올 때 벌거벗은 마래산을 푸르게 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산꼭대기에 물탱크를 만들어서 애써 키운 철쭉을 살리려고 만든 길이다. 

 

요즈음에는 쓰레기 매립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쓰레기 매립장 바닥에 침출수를 막는 차수막을 설치하고, 그 위에 쓰레기를 매립한 다음 다시 황토를 덮는다. 그래서 매립장에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쓰레기 처리를 하는데 옛날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예산을 줄이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진남체육공원과 호암산

드나드는 쓰레기차를 깨끗이 씻는 모습을 본다. 약간 냄새가 나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를 한다. 쓰레기 매립장 정문까지 내려와서 그 옆 공동묘지쪽으로 걸어가면 호암산이 된다. 호암산 정상까지 쭉 능선을 따라 걸으면 옛날 등짐 장수나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걷던 길처럼 노래를 부르면서 걸을 수 있다. 

 

호암산 능선길 옆에는 진남체육공원이 있다. 전국체육대회를 치뤘던 곳이고, 어느 도시에 없는 체육 경기장이 모여 있는 공원이다. 육상경기장, 체육관, 유도관, 씨름장, 테니스장, 야구장, 룰러스케이트장, 축구장 등 체육의 메카이다. 많은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찾는 공원으로서 지금도 시 대표팀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제 이곳 호암산 야트막한 능선에도 청소년들의 야외 캠핑장을 만들면 된다. 숲속이 있고, 조금만 내려가면 만성리 해수욕장이 있어서 안성맞춤이다.

 

호암산 정상에 오르려면 여수에서 보기드물게 유격 훈련을 해야 하는 가파른 절벽(?)이 있다. 줄을 잡고 산을 오르는 기분은 썩 나쁘지 않다. 호암산 정상에서 보면 국도 17호선 대체 우회도로가 쭉쭉 뻗어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에 오는 손님을 실은 자동차를 맞기 위해서  새단장을 하여 기다리고 있다. 

 

 

 

 

 

표주박 깨장어를 아시나요?

 호암산 정상에서 지금껏 걸어온 마래산과 호암산 능선을 내려다보면서 건너편 봉화산, 천성산 위세에 기가 죽어서 내려가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계속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미평 철로변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맛있는 깨장어를 먹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미평주공아파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지형이 그래서 어쩔 수 없지만 계속 계단이다. 몇개인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8계단은 훨씬 넘는다. 짜증이 나는 내리막 계단길이지만 눈앞에 표주박 깨장어집이 어른거려서 쉬이 참는다. 

 

여수시민의 보양식, 장어구이가 여수에서는 흔하다. 1년내내 소금구이, 양념구이로 구어서 먹는 것은 모두 붕장어, 아나고이다.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갯장어, 하모가 있다. 요즈음에는 시래기와 된장을 풀어서 시원하게 끓인 통장어탕이 유명하지만 옛날에는 녹두나물과 고사리, 고추가루가 들어간 장어탕이 코에 땀을 송알송알 만들면서 후루룩 맛을 다시게 하였다. 

 

이 모든 것이 붕장어이다. 붕장어 중에서 살아있는 작은 장어를 깨장어라고 해서 구어서 나온 것이 깨장어구이이다. 직접 석쇠에 구워 먹는 장어구이도 맛있지만, 어린 장어를 달짝지근하게 양념하여 구운 다음 가지런히 뉘어서 나오는 깨장어도 맛있다. 서로 꼬리를 먹으려고 젓가락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장어가 많이 나온다.

 

 

2010년 마지막 풀꽃길

여수 풀꽃사랑은 2010년 9번째로 여수의 멋진 산길과 여수의 맛이 만나는 답사를 진행하였다. 금년 마지막 답사를 여수의 희망이 될지, 짐이 될지 모르지만 여하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릴 가능성이 없는 박람회장이 보이는 마래산을 가기로 하였다. 내년에도 1, 3주 토요일 오후 2시 우리들의 답사는 계속 되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답사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여수갈매기 한창진
글쓴이 : 여수앞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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